고달픈 직장인들 ‘사내 힐링’ 인기

뜻밖의상담소
2022-09-29
조회수 718

기업들 심리치유프로그램 확대

LG상사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본사에서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받는 모습. LG상사 제공


“따뜻한 담요를 덮고 의자에 깊이 기대어 앉으세요. 그리고 눈을 감아 보세요.”

LG상사 화학품팀 김신화 대리(31)는 얼마 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본사에서 진행한 ‘아우토겐 트레이닝(Autogen Training·자율훈련법)’에 참가했다. 아우토겐 트레이닝은 가만히 앉아 머릿속으로 ‘팔이 무거워진다’ ‘팔이 따뜻해진다’ 등의 문구를 되뇌면서 근육을 이완하는 것으로, 짧은 시간에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리는 많게는 한 달에 2회씩 출장을 다니며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수출 계약을 하고 있다. 수출 진행 상황을 챙기다 보면 ‘혹시나 일이 잘못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끊임없이 업무에 대한 생각을 한다. 걱정이 많아 잠을 못 이루기도 했다. 그는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하니 정신이 맑아져서 업무에 집중도 잘되고 밤에 잡생각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불황으로 기업과 직장인의 실적 압박이 높아지는 가운데, 사내 심리치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LG상사는 지난해 4월 아우토겐 트레이닝을 도입한 뒤 내부 반응이 좋아 프로그램을 두 차례 추가로 진행했다. 김지연 LG상사 심리상담실장은 “사내 심리상담실에 자발적으로 와서 상담을 받는 직원도 많다. 올해엔 신입사원과 입사한 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을 연결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도록 하는 ‘브릿지 프로그램’도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2014년 전문 심리상담사 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해 심리상담실 ‘힐링샘’을 운영하고 있다. 외부 심리클리닉에서 제공하는 고가의 심리분석 테스트뿐 아니라 개인사, 업무 등 다방면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직원 가족에게도 학습 및 진로 상담 등을 해준다. 심리상담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7월엔 기존에 오프라인에서만 운영하던 심리상담실을 온라인으로도 확대운영하기도 했다. 스트레스, 우울증, 사랑, 양육 등 8가지 분야에 대해 자가진단 서비스를 해주고, 상담사들만 열람 가능한 게시판을 통해 일대일 컨설팅도 제공한다.
 

한국GM은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인 ‘EAP(근로자 지원 프로그램)’를 전문기관인 한국EAP협회와 협력해 제공하고 있다. 상담은 대면, 유선, 온라인 등의 방법으로 1회 50분 기준으로 연간 최대 8회까지 제공되며, 상담 비용은 회사가 전액 부담한다.

한국타이어도 2014년 충남 금산과 대전 공장에 심리상담실을 설치하고 전문 심리상담사를 채용했다. 직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회사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자는 취지에서다. 성격검사, 적성검사, 우울검사 등 다양한 사전 심리검사를 토대로 개별심리상담을 해주고, 필요하다면 직원이 소속된 조직을 상대로 집단상담도 병행한다.

탁진국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경쟁에서 살아남는 게 더 힘들어지고 삶의 질이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직장인이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과거엔 정신건강을 개인이 알아서 해결했지만, 스트레스가 업무 수행과 만족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동아일보, 2016-01-04)

https://www.donga.com/news/View?gid=75706436&date=20160104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