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다는 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아녜요"

뜻밖의상담소
2022-09-29
조회수 316

서울청년들, 도초도 ‘섬마을인생학교’에 가다 

섬마을인생학교의 11기 주인공들은 서울 청년인생설계학교의 20대 청년들이었다. 


쉬고, 돌아보고, 새로운 관계를 맺고.... 서울의 20대 청년들이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 있는 '섬마을인생학교'를 찾았다. 3박4일 동안 일상에서 벗어난 서울청년들은 섬마을에서 무엇을 찾았을까.

섬마을인생학교의 11기(8월 27~30일)를 채운 이들은 서울 '청년인생설계학교'의 청년들을 비롯한 31명. 청년인생설계학교는 2017년 서울특별시 청년의회의 정책 제안으로, 2018년부터 서울특별시 청년청과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획일화된 경쟁 사회에 지친 청년들에게,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자기주도적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주는 게 목적이다.

지난 4월 문을 연 섬마을인생학교는 민관 협력으로 만든 아시아 최초의 '덴마크형 인생학교'다. 전남 신안군(군수 박우량)이 공간과 재정을 지원하고, 사단법인 꿈틀리(이사장 오연호)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잠시 쉬었다 가며, 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고, 앞으로의 내 인생을 그려본다는 점에서 섬마을인생학교와 청년인생설계학교는 맥이 닿아 있다. 그래서 섬마을인생학교와 청년인생설계학교가 형제학교처럼 협력하기로 약속한 것은 운명처럼 자연스럽다.

취업 준비와 공부에 지친 서울청년들에겐 섬마을을 방문한 갓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서울을 벗어나 섬이라는 공간에서, 그물을 치고 물고기를 잡고, 하늘의 별을 세면서 나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을 둘러보는 특별한 경험. 


전남 신안군 도초도 옛 서초등학교 터에 "섬마을인생학교"는 둥지를 틀 예정이다. 서울 청년인생설계학교 청년들이 섬마을인생학교가 들어설 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규희씨는 "취업 준비생이라 시간이 많아 그동안 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섬마을 인생학교에서 3박4일 동안 지내다 보니 그동안 쉼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진정한 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규희씨는 "그동안 나는 쉬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쉬는 방법에 서로 관계를 맺으며 고민을 공유하고, 삶을 천천히 돌아보고, 여러 계획을 세우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니 놀라웠다"면서 "청년인생설계학교와 섬마을인생학교를 통해 진정한 쉼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수아씨는 "섬마을인생학교를 참가하기 전까지 면접, 공부 등 여러 가지 할 일들이 많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사실 고민했다"면서 "근데 막상 오니 너무 즐거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즐거워했다.


그는 "인생학교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이,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라는 점"이라면서 "3박 4일 동안 행복을 느낄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고 했다.

섬마을인생학교에서 그물을 치고 갯일을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청년인생설계학교의 청년들. 


청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상담심리 전문가 김지연 자유학교 공동대표는 "청년들이 느끼는 행복은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아'하며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용기와 상대방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수용도가 높아져서 오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섬마을인생학교에 한번은 참가자로, 두 번은 강사로, 모두 세 번 참가했다. 김 대표는 "나한테 엄격했던 나로부터 벗어나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생기려면 3박4일은 짧고 100일 정도가 필요하다"면서 섬마을인생학교의 중·장기형 프로그램을 주문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수용성이 높아진 청년들의 소회와 바람은 밝았다. 정현석씨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화합을 이룬 게 너무 좋았다"면서 "3박4일이라는 시간은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권순호씨는 "좋은 분들을 만나 과분한 칭찬과 응원을 받아서 너무 좋았다"면서 "이런 분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어떨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권씨는 "나도 열심히 인생을 설계해서 멋진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냥 쉬지 않는다. 그렇다고 역할을 억지로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서로 봐주며, 서로의 따뜻한 거울이 되어준다. 각자의 섬마을인생학교에서, 저마다의 청년인생설계학교에서.

 섬마을인생학교 11기를 채운 서울 청년인생설계학교의 청년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오마이뉴스, 2019-09-04)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67529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