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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생각]상담자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

2021-01-21

상담을 업으로 한다고하면 듣는 말이 있다. ‘좋은 이야기도 한 두 번인데 힘들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매일 들어요? 상담을 하면 달라지나요?’ 비슷한 물음이 상담에서도 이어진다. ‘제가 나아질 수 있을까요? 힘들다는 얘기만 해서 죄송해요. 힘드시죠’  상담은 고통과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너질 것 같다고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견디고 있네요...... 그 용기가 지금 어디에서 느껴지나요?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오셨어요? 그래도 당신을 살리는 힘은 무엇인가요?" 가장 가까운 곁에서 내면의 어둠을 탐사하며 한줄기 빛을 찾아 고통 너머의 간절함을 비춘다. 뜻대로 살고 싶은 마음의 불씨를 살릴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런데 유독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사회구조적인 어려움이 고스란히 개인의 삶으로 전가되는 경우이다. 최근 청년을 만나는 기회가 많았는데 많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막막함을 토로하면서 무기력과 우울, 수면장애의 고통을 호소한다. 불안정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원룸이나 고시원에서 고립되는 현실은 먹먹했다. 상황과 처지에 따라 아픔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신의 무능을 탓하거나 열악한 환경을 원망하는 등 고통의 원인을 개인화하는 모습은 닮아 있다. 자유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병리인 불안이 감염병처럼 영혼을 잠식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코로나가 조용히 우리의 일상 가까이 다가오던 지난 봄, 20대 여성의 자살이 급증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조이는 통증을 느낀다. 그런데 코로나블루, 코로나블랙 등 재난이 마음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 우울증이 자살과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개입만이 자살에 대한 예방책인 것은 아니다. 위기에 놓인 20대 여성의 삶의 조건,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와 불안정한 노동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정책으로 제기 되어야 하는데 마음 건강과 관련해서는 사회구조적인 접근이 늘 아쉽다.

건강에 대한 개별화된 접근은 사회 통합적인 이해와 개입을 어렵게 한다. 특히 정신 건강 영역에서는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면서 차별과 혐오, 낙인 등의 사회적 폭력을 방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내담자를 이해할 때 삶의 조건과 맥락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능, 부적응, 취약성을 개인의 심리내적인 문제나 가족 역동적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구조적인 맥락에서 통합적으로 이해할 때 내담자의 고통에 더 가까이 가닿음을 느낀다. 그리고 깊은 공감과 수용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내담자가 삶의 선택에 대한 절반의 책임을 기꺼이 수용할 때 삶에서 자기 실현성을 꽃피울 수 있다고 믿는다.  

상담자도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우리 사회의 심리적인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안녕이 이윤보다는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실현하는 안전한 사회구조와 무관하지 않음을 이해하며 삶의 조건, 사회를 바꾸어 가는 일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려 한다. 그리고 고통의 곁에서 함께 하는 것으로 작은 힘을 더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 깃들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면,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달랠 수 있다면,
그의 고통을 덜어준다면 지친 새 한 마리 둥지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_ 오현정 (뜻밖의상담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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